맑고 깨끗하다. 하동에서 만난 붓당골 김종렬 선생님의 차맛은 군더더기 없이 투명했다. 떼루아가 중요한 이유는 결국 맛에서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. 생산성 만을 생각한다면 비료도 좀 주고, 농약도 좀 치는 것이 맞다. 그러나 그는 자연이 주는 그대로, 내가 할 수 있을 만큼의 차를 만드는 것을 고집한다. 정통으로 차를 배운 것은 아니다.
젊은 시절 부산에서 사회 생활을 했었다. 그러다 결혼 후 번뜩 차를 만들기 위해 고향 하동으로 돌아왔다. 그렇게 동네 어르신들의 귀동냥으로 차를 배웠다. 처음에는 불 온도를 조절하는 법을 몰라 우전잎을 홀라당 태워 먹었다.
일정한 차 맛을 내기 위해 정말 오랜시간의 연구를 거듭했다. 그렇게 그의 손을 통해 한국 차 밭에서 홍차, 청차도 나기 시작했다. 다양한 제다법을 개발하고 있지만, 여전히 그에게 가장 우선으로 여기는 것은 땅이다. 마시고 난 뒤에도 깊은 여운을 주는 것은 자연그대로의 순수함 때문일 것이다.
화려한 향과 맛이 아닌 담담하고 진솔한 차의 맛. 누군가는 차를 기호식품으로 여길 수 있지만, 차를 마시는 것이란 자연을 내 안으로 들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붓당골의 차는 그래서 더욱 가치로운 것일지도 모른다.